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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방 (635) 미사고

나의 한계를 아는 일

24살,

사촌동생과 함께 살았다.

부모님은 사업으로 다른 지역에 계셨고,

나는 초등학생 동생을 돌봤다.

잘해준 것보다

못해준 기억이 더 많이 남는다.

그래서 언젠가 그 아이에게 사과했다.

그럼에도 마음속 어딘가에

늘 가시처럼 걸려 있는 답답함이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나는 그 아이를 그저 ‘동생’으로 대해왔다는 걸 알게 됐다.

‘엄마’처럼 완전한 보호자가 되지 못했다는 걸

받아들이고 나니 조금은 편해졌다.

몇 해 전,

강아지를 키웠다.

정성을 다해 키우다

임신과 육아로 인해 힘들어졌고

결국 멀리 보내게 되었다.

그 후로도 종종 강아지를 떠올리면

마음속에 죄책감이 올라왔다.

미안했고, 아팠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그 강아지를 사람처럼 대하지 못했음을,

그 기준으로는 내가 부족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물론, 어떤 이들은

동물을 사람처럼, 가족처럼

아주 각별히 보살핀다.

하지만 나는 그만큼은 아니었던 것이다.

모두에게 ‘최선’의 기준은 같지 않다.

각자의 상황과 마음만큼 다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오랫동안 손목에 묶여 있던

양쪽 쇠사슬이 풀린 것 같았다.

나의 한계를 아는 일,

그것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미안하고,

사랑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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