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내는 상상을 한다
나 같은 무명작가의 시집은 촌스럽다
어디 행사 가서 나 나눠줄 법한 모양새랄까?
촌티가 풀풀하는 디자인에
어설픈 글씨체
세련되지 못한 문장
좀 더 다듬어져야 하는 시들
촌닭 한 마리가 뛰어다니는
시골의 낡고 허름한 식당을 닮았다
꽃 쟁반 위에
소박하게 차려진 한상을 맛본다
땅속에 묻혀 논 묵은지
시원하고 맛깔스러웁다면
뚝배기에 나온 보글보글한 된장찌개
밥 한 공기 맛있게 금세 말아먹어진다면
오늘 아침 갓 낳은 달걀로 만든 달걀 프라이
거기에 익숙한 조미료 맛이 나는 김까지 차려진다면
다음 여정을 이끌어줄 배부름과 든든함을 채우고도 남는다
간판이 어떤들
연 매출이 얼마든
유명한지 안 한 지가
진정 중요한가?
얼마나 팔렸는가?
누가 평가해 주었는가?
상을 몇 개나 받았는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맛을 보다가,
시를 읽다가,
그리운 할머니 뒷모습
보고 싶은 엄마의 앞치마
가고 싶은 고향 마을
만나고 싶은 옛사람들
죽은 세포와 감각을 깨우며
흘러간 노래를 떠오르게 한다면
직접 가지 못하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며
달콤한 단잠을 재운다면
굶주린 뱃속의 허기가 채워져
수십 년을 속에서 울고 있던 아이들이
잠시라도 참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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