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철 끓는 불속에서
들어갔을 때는 모른다
그냥 죽는가 싶다
그런데 불 시험이 지나고 나면 안다
무시무시한 뜨거움을 지날 때
그분의 오른손이 함께였다는 걸
사자 굴에 떨어져
어둠과 두려움에 덜덜 떠는 순간에는 모른다
곧 죽는가 싶다
그런데 사자 굴에서 나오고 나면 안다
뼈를 부수는 사자의 입을 막는
수호자가 옆에 있었다는 걸
얼마나 미련한지
두려움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모른다
기억도 안 나고 겨우 살아만 남는다
그리고선 살았다는 무용담과 안도감에
다 잊어버린다
항상 함께 하시는 이
내 오른손을 붙드시는 이
주가 계심을 놓쳐버린다
미련하여 부족하여 둔하여
민첩한 지혜를 상실하게 된다
다니엘처럼
다윗처럼
성경의 인물들처럼
기록되진 않더라도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불리지 않더라도
그분과 함께한 이름
그 이름 석 자가
그분의 손가락으로
그분의 생명책에 써진다
돌아봐야 한다
기억해야 한다
지금까지를 되새김질하며
그 한없는 은혜를 떠올려본다
소름이 끼친다
내 옆에 계셨다는 것
그것이 또 믿어진다는 것
은혜가 아니고선
믿음이 아니고선
해석이 불가능하다
붙들려 사는 길
또다시 만날 생사의 길에서
참으로 사는 길
진리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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