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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방 (341) 시편 73편 23절

 

철철 끓는 불속에서

들어갔을 때는 모른다

그냥 죽는가 싶다

그런데 불 시험이 지나고 나면 안다

무시무시한 뜨거움을 지날 때

그분의 오른손이 함께였다는 걸

 

사자 굴에 떨어져

어둠과 두려움에 덜덜 떠는 순간에는 모른다

곧 죽는가 싶다

그런데 사자 굴에서 나오고 나면 안다

뼈를 부수는 사자의 입을 막는

수호자가 옆에 있었다는 걸

 

얼마나 미련한지

두려움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모른다

기억도 안 나고 겨우 살아만 남는다

그리고선 살았다는 무용담과 안도감에

다 잊어버린다

 

항상 함께 하시는 이

내 오른손을 붙드시는 이

주가 계심을 놓쳐버린다

 

미련하여 부족하여 둔하여

민첩한 지혜를 상실하게 된다

 

다니엘처럼

다윗처럼

성경의 인물들처럼

기록되진 않더라도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불리지 않더라도

 

그분과 함께한 이름

그 이름 석 자가

그분의 손가락으로

그분의 생명책에 써진다

 

돌아봐야 한다

기억해야 한다

지금까지를 되새김질하며

그 한없는 은혜를 떠올려본다

 

소름이 끼친다

내 옆에 계셨다는 것

그것이 또 믿어진다는 것

은혜가 아니고선

믿음이 아니고선

해석이 불가능하다

 

붙들려 사는 길

또다시 만날 생사의 길에서

참으로 사는 길

진리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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