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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방 (30) 부끄럼쟁이

나는 부끄럼쟁이다

생각지 못한 칭찬의 말을 듣고 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분명 듣고 싶었고

바라왔었고 기다렸던 말인데

끝까지도 다 못 듣고는

이야기를 듣는 중에 고개가 숨어버린다

얼마 전 길을 가다가

우연히 너를 만났을 때도 그렇다

나는 늘 부끄럼이 많아서

고개를 떨꿨던거다

아직까지도 슬퍼서

혹 미련이 많아서가 아닌데

단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순간 머리가 멍하고 하얘진 거니까

다시 행여라도

나를 먼저 알아본다면

헛기침도 하지 말고

곧장 지나쳐가주길

너와의 처음도 그랬었지

착각은 아니었을 거야

이 세상에서 제일 부끄럼이 많은 사람이

가슴속 가장 작은 용기를 꺼내어

우리의 마지막을 부탁해 본다

멜로 영화의 한 장면

헤어진 연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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