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끄럼쟁이다
생각지 못한 칭찬의 말을 듣고 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분명 듣고 싶었고
바라왔었고 기다렸던 말인데
끝까지도 다 못 듣고는
이야기를 듣는 중에 고개가 숨어버린다
얼마 전 길을 가다가
우연히 너를 만났을 때도 그렇다
나는 늘 부끄럼이 많아서
고개를 떨꿨던거다
아직까지도 슬퍼서
혹 미련이 많아서가 아닌데
단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순간 머리가 멍하고 하얘진 거니까
다시 행여라도
나를 먼저 알아본다면
헛기침도 하지 말고
곧장 지나쳐가주길
너와의 처음도 그랬었지
착각은 아니었을 거야
이 세상에서 제일 부끄럼이 많은 사람이
가슴속 가장 작은 용기를 꺼내어
우리의 마지막을 부탁해 본다
멜로 영화의 한 장면
헤어진 연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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