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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방 (280) 비가 오는 날

비가 주룩주룩 오고

아이들은 남편과 미룬 낮잠을 잔다

온 갖 걱정 뒤로하고 풀풀 코를 곤다

비가 오니 나는 밀린 글을 쓴다

좀 전에 혼자 먼저 낮잠을 잔 것은 비밀이다

공기가 촉촉하니 코끝이 말랑거린다

코가 간질간질하고 흙 냄샌지 비 냄샌지 코에 가득 찬다

몇 개의 글을 쓰고 약속한 세 개의 글을 올리고 또 글을 쓴다

쓰다가 잘 안 써지면 다른 걸 하다가도 또다시 쓴다

이 글이 안되면 또 다른 글로 글에서 글로 옮겨간다

도대체 무슨 놈의 작가가 되려는지 글을 쓰고 싶다

스승님 말씀에 능력이 없으면 더 꾸준히 쓰라 했다

능력은 차차 생기는 것이니

꾸준함을 가지고 밀어붙여야 한 타셨다

글의 내용은 거기서 거기라 셨다

부끄러워 말고 나의 길을 가자

나만의 문체를 만들고

나만의 시각을 만들고

나만의 이야기를 쓰자

비가 가고 해가 떠도

나는 글을 쓰자 생각을 하자

머릿속에 실타래를 뽑아내자

내리는 빗소리에 생각이 몽글 몽글해진다

내가 내 글의 영원한 팬이 되어

지나가던 똥개가 비웃어도

보란 듯이 글을 쓰자

약간은 소란스러운 비 오는 날

부침개 부치는 대신 글을 쓴다

막걸리 한잔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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