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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방 (21) 자문자답

등 따시고 배부르면

글이 안 써진다

만날 사람도 만나줄 사람도 없을 때

배고프고 허기지고 지치는 날,

마음속 통장에

잔고가 쑥 빠져나간 것 같은 날에 글이 왕왕 써진다

이렇게 적어라도 놔야 살 것 같으니까,

남이 쓴 긴 책은 잘 읽지도 않는 나

심오하고 진지한 글도 지루해하는 나

이런 사람이 글을 쓴다

왜 쓰는 것일까

왜 쓰고 싶은가

자문자답의 연속이다

왜 사냐 물으면 살지요라는 한 시인의 글처럼 왜 쓰냐 물으면 쓰지요라고 할 거다

생각보다 쓰기

참기보다 쓰기

고민보다 쓰기

쓰며 쓰며 쓰며

지우며 지우며

생각하고 참고 또 고민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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