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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방 (206) 바보 시인

 

바보의 시

나는 세상천지 바보다

 

올해 공모한 시들이 줄곧 다 떨어졌다

혼자 부끄럽고 민망하다

 

역시나 했다 그럼 그렇지 했다

 

내 시가 당선될 리가

 

요즘 흥미도 떨어지고

잘 안 쓰기도 했으니까

 

허탈감을 감추려고

이런저런 생각을 담는다

 

내 시는 바보의 시였다

바보가 아니면 알아볼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시였나 보다

 

바보들에게 필요한 바보 시

바보들을 위로하는 시

 

치아를 훤히 내놓고

침을 질질 흘리며

낄낄대며 읽는 시

 

눈물이 앞을 가리고

콧물인지 점액인지 분간이 안 가는

슬픈 드라마 같은 시

 

바보는 안다

바보는 읽는다

 

세상은 너무 똑똑하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도 참 많다

공모되고 상 받는 이들도 있다

 

그렇담 나는 바보들을 위한 시를 지어야겠다

 

상을 위해서

유명해지기 위해서

돈벌이가 되기 위해서 말고

 

바보들을 위해 울고 웃고 노래하는

이 세상 바보 천치 시인이 돼야겠다

 

몸이 아파도 힘들어도

정신이 멀쩡하다면

쓸 곳만 있다면

휘갈겨 쓰는

바보 중의 바보가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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