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의 시
나는 세상천지 바보다
올해 공모한 시들이 줄곧 다 떨어졌다
혼자 부끄럽고 민망하다
역시나 했다 그럼 그렇지 했다
내 시가 당선될 리가
요즘 흥미도 떨어지고
잘 안 쓰기도 했으니까
허탈감을 감추려고
이런저런 생각을 담는다
내 시는 바보의 시였다
바보가 아니면 알아볼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시였나 보다
바보들에게 필요한 바보 시
바보들을 위로하는 시
치아를 훤히 내놓고
침을 질질 흘리며
낄낄대며 읽는 시
눈물이 앞을 가리고
콧물인지 점액인지 분간이 안 가는
슬픈 드라마 같은 시
바보는 안다
바보는 읽는다
세상은 너무 똑똑하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도 참 많다
공모되고 상 받는 이들도 있다
그렇담 나는 바보들을 위한 시를 지어야겠다
상을 위해서
유명해지기 위해서
돈벌이가 되기 위해서 말고
바보들을 위해 울고 웃고 노래하는
이 세상 바보 천치 시인이 돼야겠다
몸이 아파도 힘들어도
정신이 멀쩡하다면
쓸 곳만 있다면
휘갈겨 쓰는
바보 중의 바보가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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