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 가면
머리는 비워지고
마음은 가벼워진다
몸무게는 그대로
지치고 힘든 몸뚱어리를 돌보는 시간
긴 말없이 온몸을 밀고 비빈다
누구랄 것 없이 나체로
자유롭게
부끄럼 없이
씻고 나면 어찌나 노곤한지
낮잠을 불러들인다
잠시라도 한숨을 돌리는 곳
동네 마실인 여탕의 풍경
물건을 팔고 돈을 받고
계란 식혜 바나나우유 감식초
온갖 농산물이 즐비하다
주름진 여인들의 넉살처럼
시골 목욕탕은 그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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