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것은 자신 있다
꾸며대고 과장하기는 어색하지만
있는 사실 그대로 말하는 건 해볼 만하다
숨기고 감추고 사는 것보다는
부끄럽고 초라해도 꺼내놓고 나면 편하니까
밥 먹고 나면 치아에 음식물이 끼듯이
화장실 가면 모두 냄새가 나듯이
세균 하나 없는 인간이 있을까?
목욕탕만 가봐도 알 수 있다
모두들 재각기 살아간다는 걸
웃통 훌훌 벗고 속옷까지 벗고 나면
처음에 쭈뼛거리고 의식되다가도
잠시 후 그 누구보다 자유롭다
한 가지 자신 있다면
다른 이들보다 투명한 삶을 사는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삶이지만
다른 이들이 들여다봐도 괜찮다고 느끼는 삶 말이다
화려하고 잘나서가 아니라
호기롭게 용감하여 펼쳐 보이는 인생 말이다
혼자 씻고 계신 할머니의 등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등 한번 밀어 드리고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면
말 한번 걸고 도와주려는 사람
목욕탕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 건네는 손길 말이다
커다란 호수나 강물이 못되더라도
작은 산골 또랑이라도 되자
아주 얇은 물줄기라도 흐른다면
그 물이 길이 되겠지
작은 물고기라도
작은 생명체라도 살겠지
다 잃어버려도
다 부서져버려도
인생의 굳은 뜻만은 놓치지 말자
강물처럼 흘러 흘러
사랑을 전하는 길이 되자
통로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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