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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방 (112) 그분의 그

키가 커서일까

그는 어깨에 힘을 풀었다

잔뜩 어깨를 부풀릴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는 구부정한 척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책들과 사전과 계산기가 가득하지만

그것을 결코 꺼내 보지 않았다

 

앞에 있는 사람

그 한 사람에게만 집중했다

 

조금만 부풀려 포장해 줘도

아주 그럴듯해 보이는 사람임에도

오히려 자신을 낮추고 숨겼다

 

수많은 시간을 들이고

에너지를 쏟아 얻어낸

삶의 지혜와 영적인 비밀들을

거저 받은 자처럼 거저 줬다

 

때론 상대가 원하는 것이

돈이라면 돈을

시간이라면 시간을

관심이라면 관심을

아낌없이 쏟아 주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가 이미 영원한 생수의 강에 젖었기 때문이었다

생수의 강은 젖어 들수록 더 깊이 들어가고자 하는 영혼의 갈망을 일으켰고

결국 그는 과감하게 강 속으로 몸을 던져 흠뻑 잠기는 것을 선택했다

 

강물 속에 완전히 잠겨진 그때에야

비로소 다른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모든 감각이 바뀌었고, 새로이 보였다

영원한 것,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에 닿았다

그가 입으로 뿜어내는 것은 살리는 것이 되었다

상처 입히고 죽이는 것에서

잠자는 자를 일으키고 상한 자를 치유하고 죽은 생명을 일깨웠다

 

그분이 하시도록

그분을 따르며

기꺼이 내어주므로

그분의 길이 되고 강이 되어

더 많은 이에게 영원을 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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