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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방 (102) 당연한 기쁨

생명을 품어본 엄마들은 안다
이 아기가 내게 오기까지
수백억만 명 중의 한 명이란 걸

어떤 요인 때문에
누구 때문에
무슨 과실 때문에라고 불리기보다

그 많은 아이 중에 한 명이
소위 운이라는 무작위적 확률로
내게 왔다고

더 이상
무고한 엄마와 아빠를
비난하고 고발하지 않고도 말이다

사람으로서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세상이 가리키고 있는 잣대는 가혹하다
그리 단순하지 않다

무수한 영혼 중에
특별한 인연으로
특별히 네게로 왔줬다고
말해준다면

 

그 누구라도
생명의 선택과 탄생을
감히 쉬이 말할 수 있으랴

세상 진지한 일이지만
세상 가볍게 여겨보면 어떨까
이미 정해져 버린 이치처럼
네가 내게 온 거지

두루미의 아기 배달 이야기처럼
새가 어련히 알아서 보내주었다고 믿어본다면,

슬프게도 이것이 위로가 된다면
또 다른 통탄이 아닐까 싶다

그 어떤 당첨이라는 기쁨보다도
네가 와줘서
네가 있어서 기뻐

모든 부모들이 당당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당연한 기쁨에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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